
한 포스팅에 H1을 네 번 쓴 적이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문장마다 H1을 붙였고, 그게 문제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소스 보기 버튼을 처음 눌러봤을 때 제 글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엉망이었는지 한눈에 보였습니다. 그날부터 H 태그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H 태그는 디자인 도구가 아닙니다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을 때 저는 H 태그가 단순히 글꼴 크기를 바꾸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H1을 쓰면 크게, H3를 쓰면 조금 작게. 그 이상의 의미는 몰랐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문장이 생기면 망설임 없이 H1을 붙였고, 한 포스팅에 H1이 네 개 들어간 글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당시 블로그 강의들이 "H1은 하나만 쓰세요"라고 반복해서 얘기할 때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몰랐으니까요. 규칙이라고 외우면 지키기 싫어집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알아야 자발적으로 바뀝니다. 저는 그 이유를 구글 서치 콘솔에서 직접 두들겨 맞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헤딩 태그(Heading Element)는 디자인 도구가 아닙니다. 헤딩 태그란 HTML 문서에서 콘텐츠의 계층 구조, 즉 제목과 소제목의 위계를 나타내는 마크업 요소입니다. 쉽게 말해 구글 크롤러가 이 태그를 읽으며 글의 주제가 무엇이고 어떤 흐름으로 내용이 전개되는지 파악합니다. 여기서 크롤러(Crawler)란 검색엔진이 웹 페이지를 탐색하고 수집하는 자동화 프로그램입니다.
H1이 여러 개 있으면 크롤러 입장에서는 이 페이지의 핵심 주제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한 페이지에 H1은 단 하나, 나머지 큰 단락은 H2로, H2 아래의 세부 내용은 H3로 배치하는 것이 올바른 위계입니다. 저는 이걸 몰랐고, 그 결과를 나중에 혹독하게 체감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많은 블로그 에디터가 이 문제를 오히려 조장한다는 점입니다. 티스토리나 워드프레스 에디터에서 "큰 제목"이라고 표시되는 버튼이 H2가 아니라 H1인 경우가 있고, 에디터 자체가 시각적 크기만 보여주다 보니 태그 위계를 신경 쓸 이유를 못 느끼게 만듭니다. 툴이 잘못된 습관을 유도하는 셈입니다. 이건 사용자 탓이 아니라 에디터 설계의 문제입니다.
올바른 H 태그 위계
실제로 써보면서 제가 정리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H1은 페이지 전체의 핵심 주제입니다. 포스팅당 반드시 1개만 사용해야 합니다. H2는 본문의 주요 단락 구분으로, 3~4개가 적당합니다. H3는 H2 아래에 오는 세부 소제목이며, H2 없이 단독으로 쓰면 안 됩니다. H4 이하는 정보량이 매우 많은 글에서만 필요할 때 씁니다.
처음에는 이걸 체크리스트처럼 외웠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전에 H2 항목을 먼저 잡다 보니, 그게 곧 글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 됐습니다. H 태그 관리가 글쓰기 훈련이기도 하다는 걸 꽤 늦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초반에 가장 자주 저질렀던 실수는 H2 다음에 H4를 바로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위계를 건너뛰는 거죠. 시각적으로는 크기 차이만 보이니까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구조적으로는 챕터 안에 소소소챕터가 갑자기 등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목차가 없는 책에서 대분류 다음에 세세한 항목이 바로 나오는 것처럼 어색합니다.
구조적 오류가 색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직접 겪었습니다
H 태그 문제를 피부로 실감한 건 구글 서치 콘솔(Google Search Console)에서였습니다. 구글 서치 콘솔이란 구글이 내 사이트를 어떻게 수집하고 색인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료 분석 도구입니다. 색인(Index)은 구글이 내 글을 검색 결과에 올릴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몇몇 포스팅이 색인이 잘 안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처음에는 원인을 전혀 몰랐습니다. 내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키워드도 신경 써서 썼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태그 구조에 있었습니다. H2 다음에 H4가 바로 오는 식으로 위계가 뒤죽박죽이었고, H1이 두세 개 겹쳐 있는 글도 있었습니다.
시맨틱 마크업(Semantic Markup)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스타일 문제가 아닙니다. 시맨틱 마크업이란 HTML 태그가 단순히 화면 표시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의 의미와 역할을 전달하도록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헤딩 태그의 위계를 지키는 것 자체가 구글에게 "이 글은 이런 구조로 읽어달라"고 명확히 신호를 보내는 행위입니다.
태그 위계를 정리하고 나서야 색인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H 태그 하나만으로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엔진 최적화)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구조가 틀어진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써도, 구글이 그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건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납득이 됐습니다.
여기서 비판적으로 하나 짚고 싶습니다. 일부 SEO 강의는 "H1을 키워드로 꽉 채우면 검색 순위가 오른다"는 식으로 헤딩을 키워드 삽입 공간처럼 다룹니다.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키워드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위계 자체가 무너진 상태에서 키워드를 욱여넣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점점 구조 자체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발전시켜 왔고, 그 흐름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키워드를 H1에 넣으세요"라는 조언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조언이 위계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전달될 때입니다. 키워드를 잘 배치하되, 그 키워드가 올바른 위계 안에 놓여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태그를 정리했더니 글쓰기 실력이 달라졌습니다
이 부분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H 태그를 정리한 목적은 구글 색인 문제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글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H2를 3~4개로 맞추고 H3를 그 아래에 배치하는 위계를 지키다 보니, 글을 쓰기 전에 구조부터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떤 내용을 H2로 잡을지 결정하는 과정이 곧 글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순서가 바뀌면 글의 흐름 자체가 흔들립니다.
태그 정리 후 내 글의 소스를 다시 열어봤을 때, 코드가 눈에 읽혔습니다. 그리고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빠진 내용도 보이고, 중복된 내용도 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에게 잘 보이려고 시작한 일이, 결국 저 자신이 더 잘 쓰게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건, 블로그 운영 관련 콘텐츠 대부분이 H 태그를 "SEO 체크리스트"의 항목 하나로만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H1 하나만 쓰세요"라고 알려주되, 왜 그래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는 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규칙만 알고 이유를 모르면 예외 상황에서 판단을 못 합니다. 저처럼 한참 돌아가게 됩니다.
H 태그 위계를 지키는 것이 단순히 구글 알고리즘에 잘 보이기 위한 기술적 처리가 아니라, 글의 논리 구조를 설계하는 행위라는 것. 그걸 이해하고 나서야 블로그 글이 더 명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독자에게도, 크롤러에게도 더 읽기 좋은 글이 됐습니다.
구조가 먼저고 승인은 나중이라는 걸, 꽤 돌아서 깨달았습니다. H 태그는 규칙이기 전에 글을 읽는 모든 사람, 그리고 구글에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지금 당장 포스팅 하나를 열고 소스 보기를 눌러보시길 권합니다. H1이 몇 개 있는지, H2 없이 H4가 바로 나오진 않는지 확인해 보시면 많은 것이 보일 겁니다.